01

채권인데 주식이 되는 증권

전환사채는 정해진 이자를 받고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는 채권이면서, 일정 조건에서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증권입니다. 회사는 일반 채권보다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이익을 얻을 기회를 갖습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전환이 일어나면 주식 수가 늘어나 내 지분이 줄어듭니다. 이 글은 전환가와 전환 주식 수, 전환가를 낮추는 리픽싱 조항이 희석 규모를 어떻게 바꾸는지 가상의 시나리오로 계산하고, 희석주당이익의 계산 방식과 공시에서 확인할 조건을 정리합니다.

02

조건표에서 읽을 숫자

Investor.gov는 전환증권을 보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나 우선주로 설명하고, 대부분 보유자가 전환 여부와 시점을 정한다고 안내합니다. 전환사채 조건표에서 가장 먼저 볼 숫자는 원금, 표면 이자율, 만기, 전환가, 전환 청구 기간입니다. 원금을 전환가로 나누면 전환될 수 있는 주식 수가 나옵니다.

여기에 전환가를 조정하는 조항이 더해집니다. 주가가 내려가면 전환가를 낮추는 리픽싱 조항, 주식 분할·배당 때 전환가를 조정하는 조항, 회사가 만기 전에 갚을 수 있는 콜 옵션, 투자자가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풋 옵션이 대표적입니다. 이 조항들이 실제 희석 규모를 크게 좌우합니다.

03

가상 희석 시나리오

아래 표는 발행 주식 900만 주인 가상의 회사가 원금 100억 원, 전환가 1만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경우입니다. 리픽싱 조항으로 전환가가 최초 전환가의 7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전환가에 따른 희석 규모 (가상 예시)
시나리오전환가전환 주식 수전환 후 총 주식 수기존 주주 지분
최초 조건대로 전환10,000원1,000,000주10,000,000주90.0%
리픽싱으로 전환가 하향8,000원1,250,000주10,250,000주87.8%
하한까지 리픽싱7,000원약 1,428,571주약 10,428,571주86.3%
전환하지 않고 만기 상환—0주9,000,000주100% (현금 100억 원 상환)

전환가가 낮아질수록 같은 원금으로 받는 주식이 늘어 희석이 커집니다. 전환되지 않으면 희석은 없지만 회사는 만기에 원금을 현금으로 갚아야 합니다.

04

리픽싱 조항의 영향

리픽싱 조항은 주가가 떨어질 때 전환가를 낮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이미 떨어진 상황에서 희석까지 커지는 구조이므로 이중으로 불리할 수 있습니다. 표에서 전환가가 1만 원에서 7,000원으로 내려가면 전환 주식은 약 43% 늘어납니다.

그래서 조건표에서는 리픽싱이 일어나는 주기(예: 3개월마다), 기준 주가를 정하는 방식, 전환가의 하한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하한이 없거나 매우 낮다면 주가 하락기에 희석 규모를 미리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05

희석주당이익 계산

IFRS의 IAS 33은 전환사채처럼 주식이 될 수 있는 증권이 있으면, 그것이 모두 전환됐다고 가정한 희석주당이익을 함께 공시하도록 정합니다. 분모에는 전환될 주식 수를 더하고, 분자에는 전환되면 내지 않아도 되는 이자 비용(세후)을 더합니다.

표의 회사가 순이익 90억 원을 냈다면 기본주당이익은 90억 원 ÷ 900만 주 = 1,000원입니다. 이자율 3%, 세율 22%로 가정하면 세후 이자는 약 2억 3,400만 원이므로, 희석주당이익은 (90억 원 + 2억 3,400만 원) ÷ 1,000만 주 ≈ 923원입니다. 두 숫자의 차이가 전환 가능성이 주당 지표에 주는 부담을 보여줍니다.

06

회계 처리와 공시

IAS 32는 전환사채처럼 부채와 자본의 성격을 함께 가진 금융상품을 복합금융상품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부채 부분과 자본 부분을 나눠 기록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리픽싱 같은 조건 때문에 전환권이 자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파생상품 부채로 분류돼, 주가 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영업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주가가 내리면 평가이익이 생겨 순이익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순이익이 갑자기 변했다면 주석에서 전환사채 관련 평가손익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1. 원금, 이자율, 만기, 전환가, 전환 청구 기간을 확인하고 원금 ÷ 전환가로 전환 주식 수를 계산합니다.
  2. 리픽싱 주기, 기준 주가 산정 방식, 전환가 하한을 확인합니다.
  3. 콜·풋 옵션의 행사 조건과 시점을 봅니다.
  4. 현재 발행 주식 수 대비 전환 주식 수의 비율로 최대 희석 규모를 계산합니다.
  5. 주석에서 전환권의 회계 분류와 평가손익, 희석주당이익을 확인합니다.
07

주가와 전환 결정

주가가 전환가보다 충분히 높으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바꾸는 편이 유리하고, 낮으면 채권으로 들고 있다가 원금을 돌려받는 편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주가가 전환가 근처에 있을 때 전환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주가가 크게 떨어져 전환 가능성이 낮아지면, 회사는 만기나 풋 옵션 행사 시점에 원금을 현금으로 갚아야 합니다. 이때는 희석보다 상환 자금 부담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전환사채를 볼 때는 희석과 상환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계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08

해석의 한계

이 글의 금액, 주식 수, 세율은 계산 방식을 보여주기 위한 가상의 예시입니다. 실제 전환사채는 조건이 계약마다 크게 다르고, 여러 회차가 동시에 남아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회사를 볼 때는 DART나 EDGAR의 최신 발행 공시와 주석을 기준 시점과 함께 확인하세요. 이 글은 특정 증권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